살아가다 +14

시발비용

살아가다2017. 12. 12. 23:49

20171212일 오후 630. 나는 굉장히 짜증이 나 있는 상태로 막히는 강남의 한 도로에 갇혀 있었다. 4개월 전부터 새로 시작한 업무는 이제 좀 적응이 되었구나.’ 싶을 때마다 나를 엿 먹였다. 함께 일하는 주변사람들에게 나는 착한사람이라고 잘 포장을 해왔었는데, 일이 감당하기 힘들어 지니 숨기고 싶었던 나 자신이 계속 드러났다. 모든 것이 굉장히 잘못 되가는 느낌이었다.

 

문득 글을 써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문득은 아니고 항상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표현하고 그걸 남기고 싶었는데, 직접 행동으로 옮긴 적이 없었다. 스스로 변명을 해보자면 시간이 없었고, 체력도 없었다라기 보다는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점점 현실에 치이고 안주하게 된다. 발전이 없고 멍청해지고 있는 기분이다.

 

키보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좋은 키보드가 없어서야!' 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다. 그래서 이마트에 가서 무작정 기계식 키보드를 샀다.

 

8시 쯤 키보드를 사고 집에 들어가고 있는데, 여자친구에게 회식이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일렀다. 키보드는 풀어보지도 못하고 바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점심 이후에 배속에 들어간게 아메리카노 5잔 밖에 없다는 게 생각났다. 허기졌다. 회식이 끝난 여자친구와 김밥천국에 갔다. 라볶이와 김밥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식에서 있었던 일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 화났던 일들

 

이야기를 끝내고 집에 오니 10시였다. 문득 어두운 방바닥에 놓인 키보드를 봤다. 저 키보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의 감정은 희미해져 있었다. 컴퓨터를 키고, 키보드를 연결하고 이렇게 글을 쓴다. 두 번째 쓰는 기계식 키보드인데 느낌이 좋다. 타닥타닥. 나중에 시발비용으로 산 이 키보드 사용 후기를 써봐야겠다. 시발비용이라는 단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참 재밌는 단어라고만 생각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 어쩌면 오늘 내 시발비용은 키보드 값 5만원이 아닌 저녁값 김밥천국 5천원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시간 날 때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글을 싸질러야겠다.

 

1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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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탄탄걸음

글쓰기

살아가다2017. 4. 4. 13:18

갑자기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감정들을 그냥 흘러보내지 말아야겠다고 꽤 오래전부터 다짐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적어놓기는 하는데, 아주 짧게 한두문장, 한문단 정도로 적어놓는 정도다. 어렸을때부터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게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길게 글을 쓰는것도 굉장히 고통스럽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손이 그 생각들을 못따라 가고, 결국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펜으로 글을 쓰지말고, 그냥 컴퓨터로 글을 쓸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안정효 작가의 글쓰기 만보에서 글은 반드시 손으로 써야 한다며, ‘한줄한줄 천천히 글을 써 나가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정성과 공을 들이도록 한다.’ 라는 구절을 읽고 난 후 글쓰기는 무조건 손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읽기에 쉬운 글이 쓰기 어렵다. 헤밍웨이가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에게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하기 힘든 것, 감히 시작도 못하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세공사가 심혈을 기울여 잘 다듬은 다이아몬드처럼 생겨난 글은 분명 값지고 의미있다. 하지만 그렇게는 내가 도저히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를 못하겠다. 생각의 배설물이라도 좋다. 완성도를 떠나 글을 계속 쓰고 계속 뭔가 만들고 계속 올려야겠다. 나중에 정말 창피해서 수정하고 싶다면, 더 좋은 표현 방법이 생각나면 다시 추가해서 올리면 된다. 말도 안 되고 정제되지 않은 글이지만 그냥 세상에 내놓아야겠다. 광대한 인터넷에 내 뻘글이 올라갈 자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정말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 놓는 나의 이 뻘짓이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

 

17.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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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탄탄걸음

물건사기

살아가다2016. 11. 7. 10:30

매달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후부터 참 많은 물건들을 샀다. 만년필 부터 컴퓨터, 카메라, 휴대전화 등 사고 싶은 물건이 계속 생각났다. 물건을 고를 때 유튜브와 블로그 리뷰들을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그 시간이 즐겁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즐거움은 결제를 하고, 물건을 받고, 실제로 사용을 하는 그 순간부터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이런 경우가 하도 많아서 물건을 사기전에 그 물건이 필요한 이유를 적어보고,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한번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해서든지 핑계를 만들어 사버린다. 솔직히 최근에 산 수많은 물건들 중 아직까지 만족하며 사용하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몇 번 사용해보다가 어디 구석에 처박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요하다기 보다는 사고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물건일수록 더욱 그랬다.

 

학교에서 영상을 공부 할 때 굉장히 기억에 남는 말이 3학년때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이 해주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다였다. 아무리 스펙이 좋고, 쓰임세가 많아도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지 않다면 그건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산 많은 것들은 그다지 살 필요가 없다. 만년필대신에 모나지 153을 쓰면 되고, 굳이 좋은 카메라를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더욱 좋은 필기감을 위해 더욱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을 위해 더욱 좋은 것들을 산다. 한동안 더 좋은 필기감이나,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 퀄리티보다 좋은만년필, ‘좋은카메라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다. 만년필로 무엇을 쓰는 것 보다 만년필을 보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으려고 했다. 정작 정말 중요한 것은 만년필이 아니라, 만년필을 이용해 쓴 글인데 말이다.

 

물건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이용해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 더 좋은 만년필, 더 좋은 물건이 아닌, 그 물건을 이용해 더욱 의미 있고, 더 좋은 일을 하고 싶다. 물건 자체보다는 그 물건을 이용해 내가 무엇을 해냈다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겠다. 물건을 포장했던 쓰레기만 남기고 싶지 않다.

 

16.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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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탄탄걸음

 

사무실을 정리하다가 유효기한이 10년이 지난 필름을 찾았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필름사진을 찍어보았다.

 

필   름 : 후지칼라 수퍼리아 100 (~2006년)

카메라 : 코닥 레티나 IIIc

 

2016년 봄 강화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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