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 +9

이 블로그를 마지막으로 쓴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2018년 12월 아내와 결혼했고, 세 번의 이사를 했다. 2020년 7월에는 고양이 달구를 입양했고, 작년 8월에는 너무나 예쁜 딸을 얻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딸의 100일 잔치날. 침을 맞으러 간다던 아내는 한의사의 권유로 대학병원을 찾았고, 응급실 CT 결과 ‘췌장암 의심’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결국 췌장암 간 전이, 손쓸 수 없는 말기라는 확진으로 이어졌고, 소견을 들은 지 두 달 만에 아내는 멀리 여행을 떠났다.

 

그때 이후로 모든 게 무너졌다. 아직도 이게 현실인지 모르겠다. 수면장애, 우울증으로 정신과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 죽음을 생각한 적도 많았다.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먼저 떠난 아내,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딸을 생각하면 그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쯤 괜찮아질지, 과연 괜찮아질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두서없이 쓰는 글처럼, 하루하루도 두서없이 흘러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블로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공부한 것들을 정리하고, 살아가며 느낀 것들, 그리고 아내와의 추억을 여기 남겨보고 싶어졌다.

 

지금 내가 정해둔 것은 단 한 가지다. “일단 계속 살아가보기로 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무언가를 하고, 그것을 흔적으로 남기는 일이다. 나는 그 흔적을 쌓아가려 한다. 그래서 오래전의 이름 ‘지속가능한 뻘짓’을 지우고, 이곳을 ‘act of doing’’이라 부르기로 했다. 더는 허망한 뻘짓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로, 작은 발걸음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언젠가 만날 아내에게 보여줄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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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

살아가다2020. 1. 14. 12:00

2020년 새해에는 관성으로 사는 생활을 바꿔보려고 한다. 관성의 다른말은 타성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데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3개월을 100일로 잡고 2020년 1월 14일 오늘부터 4월 22일까지 2가지 습관을 들여보려고 한다. 

 

첫번째는 매일 짧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서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최종적으로는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많다. 말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도 있고, 사진으로 보여줄수도, 영상으로 보여주고 들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하기의 가장 기본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를 알고 있음에도 글을 열심히 쓰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매일매일 글을 써서 이 블로그에 올려보련다.

 

두번째는 매일 3km 이상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 젊다. 하지만 더 어렸을때에 비해 확실히 체력이 더 빨리 떨어지고 몸에 살이 붙는 것이 느껴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운동, 달리기를 매일 하려고 한다. 작년에도 가끔 매일 5km씩 달렸다. 그래도 30분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달리기를 하지 않을 핑계는 참 많다. 달리기는 미세먼지나 비, 눈과 같이 날씨의 영상을 많이 받는 운동이다. 다행히 직장에 러닝머신이 있다. 또한 비는 오히려 달리기를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일단 3km 이상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래도 가능하면 모든 달리기에서 5km를 뛰고싶다.

 

이외에도 일주일에 한편씩 유튜브 비디오 올리기, 일주일에 책 한권씩 읽기와 같은 습관을 가지고 싶다. 하지만 일단 매일 글쓰기와 매일 달리기 이렇게 두가지를 먼저 시작해보려고 한다. 2020년은 나에게 참 중요한 한해다. 몇년전부터 준비한 큰 목표를 잡아야 하는 한해다.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작은 습관부터 잡아가야겠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겠다.

 

20.1.1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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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걸어놓기

살아가다2018. 7. 16. 12:00

는 스케줄러를 사용한.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기 위해 네모 칸을 그려놓고 그 옆에 해야 되는 일들을 적는다. 그 중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꼭 적혀있는 항목 중 하나가 퇴근 한 후 옷 걸어놓기. 나는 정리를 참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내방은 그다지 깔끔하지가 못하고 직장에서도 내 책상이 제일 너저분하다. “쓰고 나면 제자리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참 많이 강조하셨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어머니는 중학교 1학년 교복을 입기 시작한 후부터 학교 갔다 온 뒤에는 내가 교복을 옷장에 잘 걸어두기를 바랬다. 생각해보면 그게 참 힘들었다. 옷을 거는 그 짧은 시간이 귀찮아 옷을 바닥에 훌훌 벗어 놨다. 방은 너저분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물론 방이 너저분할 때보다 방이 깨끗할 때 훨씬 기분이 좋았지만 청소가 굉장히 스트레스였다. 이 버릇은 내가 미국에서 생활했을 때나, 돌아와서 군에 입대한 뒤 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직장을 가진 후에는 이 버릇을 조금이라도 없애보고자 옷 걸어놓기를 항상 스케줄러에 써놓는다. 그리고 최대한 매일 걸어놓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리정돈이 잘 안되고 그러다보니 일처리 또한 꼼꼼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번 주말 한 달 만에 여자친구를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모든 시간이 완벽했으면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꼼꼼하지 못했고, 너저분하고 생활력 없는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기분이다. 일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추고 여자친구에게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옷 걸어놓기부터 시작해 빨리 나의 약점을 고치고 싶다. 지금보다 더 깔끔하고 꼼꼼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18.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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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살아가다2018. 6. 19. 00:06

 

파란색 글씨로 투박하게 HISTORY라고 적혀있고, 오른쪽 발 두 개가 위에 그려져 있는 이 노트를 나는 2010년 여름에 샀다. 강릉 포남동 청송아파트 옆 수협 골목으로 들어가면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꽤 큰 규모의 문구완구점이 있는데 현금으로 계산하면 항상 100원에서 많게는 500원까지 깎아줬다. 이 노트를 산 날, 자전거를 타고 0.5mm HB 샤프심과 지우개를 사러가서 공책을 구경하다가 충동적으로 샀던 것 같다. 아마 그랬을 거다.

 

그때 한창 좋아하던 나와 동갑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친구들보다 한 학기 먼저 대학교에 합격해 누구보다 마음 편하고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었던 나와는 달리 그 아이는 대학입시에 정신이 없었다. 대금을 부는 아이였는데 그래서 어깨에는 항상 대금이 든 기다란 가방을 메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그 아이가 6시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매일 내가 츄파춥스 사탕 두 개와 함께 그곳에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그 아이의 집까지 10분가량을 함께 걸어 데려다주고 30분을 걸어 집에 돌아왔다.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그 설렘이 좋았다.

 

그래서 이 노트는 2010618, 사춘기 막바지의 감성으로 쓴 <용강동 버스정류장>이라는 글로 시작한다. 그 이후로 이 노트는 지금까지 나의 고민, 감정들을 적는 비밀 일기장이 되었다. 그렇게 자주 쓰지는 않았지만 먼 타지에서 공부하며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함, 전 여자친구와 만남부터 이별까지 모두 담겨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시작한 이후로의 고민도 함께 담겨있다.

 

아직 반도 못쓴 이 노트를 잃어버리게 되면 마음이 참 아프면서도 나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나 불안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노트를 애지중지 소중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 노트의 마지막 장은 대학교 4학년 당시 공부했던 언어학 수업의 노트도 있고 중간중간 일하며 급하게 적은 메모도 많다. 아무 생각 없이 마구 그린 낙서도 있고 한자를 외우며 쓴 빽빽이도 있다. 전혀 정돈되지 않은 마구 쓰는 노트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아무 부담없이 이런 글을 휘갈겨 쓸 수 있는 노트정도. 그냥 딱 이정도로 쓰는 노트인 것 같다.

 

- 2018. 6. 18. 이 노트가 나에게로 온지 8년째 되는 날을 자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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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몇 달 간 아침 615분까지 출근을 하고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일 뿐만이 아니라 자투리 시간마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일들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공부를 하고, 뭔가를 만들고, 쓰겠다고 마음먹었던 시간들을 모두 낭비하고 있다.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것을 하는 시간은 하루에 많아봤자 9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8시간 자고, 먹고 싸는데 많이 줘서 1시간 주면 그렇다.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근무시간이 8시 반부터 5시 반, 점심 먹을 시간 1시간 포함해서 총 9시간이다. 그중에서도 아무리 못해도 멍 때리는 시간이 2시간쯤 된다. , 지금 나는 하루에 자투리 시간이 24시간 중에 7시간은 된다. 그런데 그 시간을 유튜브에서 소비적인 콘텐츠를 보는데 쓰고 있다. 얼마 전 부터는 퇴근을 하고 디아블로2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디아블로2를 처음 해봤다.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다른 게임은 안하고 이게임만 했다. 부모님이 컴퓨터 하는 시간을 하루 1시간으로 엄격히 제한하셨다. 그래서 부모님이 주무실 때, 기회가 될 때마다 몰래 몰래 게임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문득 굉장히 허무해졌다. 게임을 아무리 많이 하고 열심히 해도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 게임을 하지 않았다.

 

요즘 그런 느낌이 또다시 든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 아이디어들이 정말 많은데. 시간을 헛되이 쓰고 있는 것 같다. 피곤해서, 스트레스 받아서라는 핑계를 뛰어 넘고 싶다. 그래서 디아블로2를 지웠다. 그래서 생각을 글로 꾸역꾸역 적어본다. 역시 아이디어와 글로 나오는 결과물은 많이 다르다. 마음에 들지 않고 더 다듬고 싶은 글이지만, 그냥 업로드 한다. 전에 이야기 했듯이 계속 글을 쓰고, 계속 만들고 계속 올려야겠다. 항상 다짐으로 끝나는 것 같다. 하는 김에 하나만 더 해보자면 비생산적인 시간들을 조금 줄여야겠다.

 

18.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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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비용

살아가다2017. 12. 12. 23:49

20171212일 오후 630. 나는 굉장히 짜증이 나 있는 상태로 막히는 강남의 한 도로에 갇혀 있었다. 4개월 전부터 새로 시작한 업무는 이제 좀 적응이 되었구나.’ 싶을 때마다 나를 엿 먹였다. 함께 일하는 주변사람들에게 나는 착한사람이라고 잘 포장을 해왔었는데, 일이 감당하기 힘들어 지니 숨기고 싶었던 나 자신이 계속 드러났다. 모든 것이 굉장히 잘못 되가는 느낌이었다.

 

문득 글을 써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문득은 아니고 항상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표현하고 그걸 남기고 싶었는데, 직접 행동으로 옮긴 적이 없었다. 스스로 변명을 해보자면 시간이 없었고, 체력도 없었다라기 보다는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점점 현실에 치이고 안주하게 된다. 발전이 없고 멍청해지고 있는 기분이다.

 

키보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좋은 키보드가 없어서야!' 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다. 그래서 이마트에 가서 무작정 기계식 키보드를 샀다.

 

8시 쯤 키보드를 사고 집에 들어가고 있는데, 여자친구에게 회식이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일렀다. 키보드는 풀어보지도 못하고 바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점심 이후에 배속에 들어간게 아메리카노 5잔 밖에 없다는 게 생각났다. 허기졌다. 회식이 끝난 여자친구와 김밥천국에 갔다. 라볶이와 김밥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식에서 있었던 일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 화났던 일들

 

이야기를 끝내고 집에 오니 10시였다. 문득 어두운 방바닥에 놓인 키보드를 봤다. 저 키보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의 감정은 희미해져 있었다. 컴퓨터를 키고, 키보드를 연결하고 이렇게 글을 쓴다. 두 번째 쓰는 기계식 키보드인데 느낌이 좋다. 타닥타닥. 나중에 시발비용으로 산 이 키보드 사용 후기를 써봐야겠다. 시발비용이라는 단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참 재밌는 단어라고만 생각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 어쩌면 오늘 내 시발비용은 키보드 값 5만원이 아닌 저녁값 김밥천국 5천원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시간 날 때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글을 싸질러야겠다.

 

1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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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살아가다2017. 4. 4. 13:18

갑자기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감정들을 그냥 흘러보내지 말아야겠다고 꽤 오래전부터 다짐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적어놓기는 하는데, 아주 짧게 한두문장, 한문단 정도로 적어놓는 정도다. 어렸을때부터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게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길게 글을 쓰는것도 굉장히 고통스럽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손이 그 생각들을 못따라 가고, 결국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펜으로 글을 쓰지말고, 그냥 컴퓨터로 글을 쓸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안정효 작가의 글쓰기 만보에서 글은 반드시 손으로 써야 한다며, ‘한줄한줄 천천히 글을 써 나가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정성과 공을 들이도록 한다.’ 라는 구절을 읽고 난 후 글쓰기는 무조건 손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읽기에 쉬운 글이 쓰기 어렵다. 헤밍웨이가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에게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하기 힘든 것, 감히 시작도 못하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세공사가 심혈을 기울여 잘 다듬은 다이아몬드처럼 생겨난 글은 분명 값지고 의미있다. 하지만 그렇게는 내가 도저히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를 못하겠다. 생각의 배설물이라도 좋다. 완성도를 떠나 글을 계속 쓰고 계속 뭔가 만들고 계속 올려야겠다. 나중에 정말 창피해서 수정하고 싶다면, 더 좋은 표현 방법이 생각나면 다시 추가해서 올리면 된다. 말도 안 되고 정제되지 않은 글이지만 그냥 세상에 내놓아야겠다. 광대한 인터넷에 내 뻘글이 올라갈 자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정말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 놓는 나의 이 뻘짓이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

 

17.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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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사기

살아가다2016. 11. 7. 10:30

매달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후부터 참 많은 물건들을 샀다. 만년필 부터 컴퓨터, 카메라, 휴대전화 등 사고 싶은 물건이 계속 생각났다. 물건을 고를 때 유튜브와 블로그 리뷰들을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그 시간이 즐겁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즐거움은 결제를 하고, 물건을 받고, 실제로 사용을 하는 그 순간부터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이런 경우가 하도 많아서 물건을 사기전에 그 물건이 필요한 이유를 적어보고,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한번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해서든지 핑계를 만들어 사버린다. 솔직히 최근에 산 수많은 물건들 중 아직까지 만족하며 사용하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몇 번 사용해보다가 어디 구석에 처박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요하다기 보다는 사고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물건일수록 더욱 그랬다.

 

학교에서 영상을 공부 할 때 굉장히 기억에 남는 말이 3학년때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이 해주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다였다. 아무리 스펙이 좋고, 쓰임세가 많아도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지 않다면 그건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산 많은 것들은 그다지 살 필요가 없다. 만년필대신에 모나지 153을 쓰면 되고, 굳이 좋은 카메라를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더욱 좋은 필기감을 위해 더욱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을 위해 더욱 좋은 것들을 산다. 한동안 더 좋은 필기감이나,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 퀄리티보다 좋은만년필, ‘좋은카메라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다. 만년필로 무엇을 쓰는 것 보다 만년필을 보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으려고 했다. 정작 정말 중요한 것은 만년필이 아니라, 만년필을 이용해 쓴 글인데 말이다.

 

물건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이용해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 더 좋은 만년필, 더 좋은 물건이 아닌, 그 물건을 이용해 더욱 의미 있고, 더 좋은 일을 하고 싶다. 물건 자체보다는 그 물건을 이용해 내가 무엇을 해냈다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겠다. 물건을 포장했던 쓰레기만 남기고 싶지 않다.

 

16.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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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정리하다가 유효기한이 10년이 지난 필름을 찾았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필름사진을 찍어보았다.

 

필   름 : 후지칼라 수퍼리아 100 (~2006년)

카메라 : 코닥 레티나 IIIc

 

2016년 봄 강화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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