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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간 : 19. 2. 11. ~ 16.

 

이책, ‘뼈 있는 아무말 대잔치’는 페이스북에서 보고 산 첫 물건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체인지 그라운드’ 페이지에 만 27세, 일을 시작한지 3년이 넘어가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짧은 글들을 올리며 이런 글들이 수록된 책이 ‘뼈 있는 아무말 대잔치’라고 광고를 하니,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머리말에서 이야기 하듯 이 책은 “너무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오랜만에 연필로 줄을 치며 책을 읽었다.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책은 나를 위로 해주기도 했고, 이러면 안된다고 꾸짖기도 했다. 이 책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지만 (무려 50개의 소주제가 있다!) 내 나름대로 건진 부분을 요약해 보자면 “조바심 내지 말고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끊임없이 익히고 공부하자!” 정도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2년 만에 목표를 달성한 방법>이라는 이야기였다. “선택과 집중은 다른 단어이지만 그 공통분모에는 아주 대단한 단어가 숨어있다. 바로 포기다.” 무엇인가를 얻고, 무엇인가를 해내고 싶으면 먼저 차분하게 포기해야 할 것부터 적으라는 내용이었다. 2019년 새해를 시작하며 참 많은 다짐을 했다. 모두가 한 가지 목표를 위한 다짐이었다. 일을 하는 동시에 대학원을 다니며 이직 준비를 하고, 책을 쓰고 운동을 하고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고 그와 동시에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했었다. 이 많은 과업들 사이 어딘가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와중에 읽은 이 내용은 나에게 한줄기의 빛과 같았다.

 

나의 꿈을 위해 그리고 약 1년 뒤 나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자극제가 된 책이다. 참 많은 책들이 참고문헌 목록에 올라있는데, 이 책들도 한번씩 읽어볼 생각이다. 추진력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 때, 다시 한 번 이 책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당해(?) 산 첫 번째 책이자 물건이지만 이런 책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싶다.

 

추가 : 읽은 지 한참 됐지만, 이 독후감상문을 쓰는데 참 오래 걸렸다. 많은 감명을 받았고 큰 위로가 되어줘서 이 감정을 어떻게 글로 옮겨야 할지를 몰랐었다.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해 나가겠다. 이 책의 뒷 표지에 쓰여진 돈키호테에 나온 한 구절처럼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Posted by 탄탄걸음

독서기간 : 18. 12. 10. ~ 19. 1. 11.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어 골라들었다. 미국 원주민인 손자와 할아버지가 삶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책을 통해 함께 듣는 느낌이었다. 


할아버지 '늙은 매'의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울린, 요즘 나에게 필요한 말들이 참 많았다. '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가득한 요즘, 한 번에 한 걸음씩, 피로에 속아 멈추지 않고 계속 가야하는 이유와 용기를 얻은 기분이다. 마지막 이야기에 나온 계단이 실제로 존재할까 싶어 찾아봤다. 그만큼 유명하지 않은 계단이던지 우와였나보다. 200페이지도 않되는 책을 참 쉬엄쉬엄 꾸역꾸역 읽었지만 읽기를 잘했다.

Posted by 탄탄걸음

독서기간 :17년 여름, 18. 9. 27. ~ 10. 3.


 

요즘 시간이 남을 때마다 유튜브 비디오를 본다.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기 보단 습관인데 대부분 보는 영상이 어떤 물건을 사서 도착했을 때 박스에서 뜯는 언박싱(Unboxing) 비디오나 물건 리뷰다. 이런 영상을 볼 때 마다 물건이 사고 싶어질 때도 있고 실제로 살 때도 있다. 점점 소유를 권장하는 사회가 되가나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속 게시물들도 3~4개 중 1개는 물건광고 같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점점 영화 THX-1138 속의 세계가 되어가는 것 같다. (‘Buy more. Buy more now. Buy more and be happy’라는 대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영화인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리뷰 할 거다.)

 

이 책은 (장 보드리야르의 말대로) 소비사회 속에서 그나마 어떻게 정신을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서인 듯하다. 저자 도미니크 로로 (Dominique Loreau)는 프랑스 출신 수필가로 각국을 돌다가 지금은 일본에서 살고 있다. 책은 심플하게 사는 방법을 여러 분야에 거쳐 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도미니크 로로는 우리 삶의 본질은 물건을 통해 구현되지 않으며 물건이 많으면 우리는 소유하기보다는 오히려 잠식당하고 만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기 위해서는 물건의 본질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물건을 정의하고 확인하고 평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해야한다, ~하자 체가 대부분인데,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이 책은 물건뿐 아니라 몸과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심플한 삶은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인상깊었던 문장들은 몇가지 정리해 보자면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하루하루의 시간이다.', '물건을 쌓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의 교양을 쌓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은 우리가 가진 가장 귀한 재산이다.', '일상생활은 대충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자.',  '좋은 것이 지닌 진정한 가치,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풍요로움은 일종의 금욕 안에서만 맛볼 수 있음을 명심하자.', '음식은 배가 고플때만 먹자. 시간이 되었다고, 심심하다고, 힘들 일을 하는 사이에 피곤하다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한 뒤에 스스로에게 을 주고 싶다고, 우울하다고, 화가 난다고, 질투가 난다고 먹지는 말라는 얘기다.',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자랑하지 말고, 그 원칙을 따르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사회는 가난하다.', '성공은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된 뒤에 현실로 옮겨진다.', '변화하는 것을 멈추면 우리는 죽는다.', '포기하는 것 역시 하나의 기쁨이다.'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저자 도미니크 로로가 오랜 세월에 거쳐 습득한 심플한 생활방식을 이 책(과 심플하게 산다2:소식의 즐거움, 심플한 정리법)에 녹여냈어도 읽은 이가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면 모든 자기개발서가 그렇듯 말잔치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곳곳에는 원칙지침’, ‘의식(Ritual)’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결국 심플하게 사는 법은 심플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 더딘 변화의 시기를 거치고 나서야 얻게 된다는 거다. 침대부터 정리하고, 퇴근하고 옷을 잘 걸어놓는 원칙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보다.


왜 심플하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서 도미니크 로로는 이렇게 답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너무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라디오, 텔레비전, 미디어, 유행이 우리한테 강요하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며 산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한 가지는 잘 사는 것이다. 그런데 잘 살려면 수동적으로 살아 있는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살아가야한다. 열정적으로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실질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바를 모두 따라 하기는 힘들겠지만 한번쯤은 시도해 볼만하다. 바보처럼 살아가기 싫다. 깨시민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주관을 가지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고 싶다. 심플한 생활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Posted by 탄탄걸음

독서기간 : 18. 9. 18. ~ 23.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다가 택사스 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미 해군 제독의 졸업축사 영상을 본적이 있다. 제목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부터 정리하라였다. 6분짜리 영상이었는데, 보통의 페이스북 포스트가 그렇듯이 보고, 공감하고, 깨끗이 잊어버리고 살았다. 주의 깊게 본 영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인생을 바꾼 그런 영상은 아니었다.

이 책, ‘침대부터 정리하라우연히 사무실 사람의 자리에서 봤다. 126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이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윌리엄 맥레이븐(William H. McRaven)은 학군출신 미 해군 장교로 임관하여 37년 간 복무후 전역한 예비역 해군대장이다. 이 책의 부제는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사소한 일들이다. 저자는 그 방법들을 10개의 목차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며 하루를 시작하라’,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오직 심장의 크기만이 중요하다’, ‘삶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 ‘실패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담대하게 도전하라’,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에게 맞서라’, ‘어둠을 뚫고 나아가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라’,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저자는 참 당연하고 어디에서 들어본 이야기들을 자신의 군 생활 일화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설탕쿠키고 또 하나는 서커스다.

 


 

설탕쿠키

미 네이비실 훈련 중 규칙을 위반하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모래밭을 뒹구는 <설탕쿠키>라는 벌칙이 존재한다. 설탕쿠키가 된 후에는 하루종일 온몸에서 모래가 지근거리는 상태로 지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벌칙이 힘든 이유는 다른것보다 어떤 주기나 이유도 없이 무차별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젖은 몸뚱이와 모래만 남을때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잘했더라도 설탕쿠키 신세를 면치 못할때가 있다. 그렇다고 불평하지 말라. 자신의 불운을 원망하지 말라. 당당하게 일어나서 미래를 보고 계속 나아가라!”

 

서커스

미 네이비실 훈련에서 말하는 서커스는 그날 훈련에서 기준에 들지 못하는 훈련병을 대상으로 훈련이 끝난 매일 오후 실시되는 두시간짜리 맨몸운동이다. 한국 해병대에서 실시하는 과실자 훈련과 같은 개념이다. 저자는 서커스가 두려웠던 이유를 과외 훈련의 여파로 다음날까지 피로가 누적되고 결국 또다시 기준에 미달되고 또다른 서커스를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굴레에 빠진 수많은 훈련병들이 중도에 포기했다. 하지만 서커스는 포기하지 않고 버틴 저자를 더 강하고 더 빠르게 만들었고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수없이 많은 서커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실패에 따른 대가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다면, 실패를 교훈삼아 자신을 단련시킨다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맞이해서도 이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




최고의 자리를 내준 적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는 예비역 해군대장인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집스럽게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지키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내 주변사람들의 모습이 겹쳤다. 고통을 견디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주변사람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고집과 때로는 답답해 보이는 모습에 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봤었던 적도 많다. 어쩌면 그런 나의 태도가 내 앞에 있는 벽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큰 요즘이고 내 기대치에 한참을 못 미치는 나의 능력과 습관에 사소한 절망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절망감은 대학교를 졸업했을때도,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고등학교 때도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이러한 절망감을 이기고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묵묵히 내 앞에 주어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은 후부터 아침에 일어나 침대부터 정리한다. 군대 훈련생 시절을 제외하면 하지 않았던 일이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왜 저자가 침대부터 정리하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침대부터 정리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그날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찬 날이 된다.


사람들은 위안이 도리만한 무언가를, 다시 하루를 시작한 동기를 부여해 주고 수시로 추잡한 면모를 드러내는 세상 속에서 자부심을 느낄만한 무언가를 찾는다. 그 무엇도 인간의 신념이 주는 힘과 위안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침대를 정리하는 단순한 행위 하나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고, 하루를 제대로 끝냈다는 만족감을 선사해 줄 수 있다.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부터 정리하라! - 윌리엄 맥레이븐 예비역 미해군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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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걸어놓기

살아가다2018. 7. 16. 12:00

는 스케줄러를 사용한.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하기 위해 네모 칸을 그려놓고 그 옆에 해야 되는 일들을 적는다. 그 중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꼭 적혀있는 항목 중 하나가 퇴근 한 후 옷 걸어놓기. 나는 정리를 참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내방은 그다지 깔끔하지가 못하고 직장에서도 내 책상이 제일 너저분하다. “쓰고 나면 제자리를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참 많이 강조하셨는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어머니는 중학교 1학년 교복을 입기 시작한 후부터 학교 갔다 온 뒤에는 내가 교복을 옷장에 잘 걸어두기를 바랬다. 생각해보면 그게 참 힘들었다. 옷을 거는 그 짧은 시간이 귀찮아 옷을 바닥에 훌훌 벗어 놨다. 방은 너저분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물론 방이 너저분할 때보다 방이 깨끗할 때 훨씬 기분이 좋았지만 청소가 굉장히 스트레스였다. 이 버릇은 내가 미국에서 생활했을 때나, 돌아와서 군에 입대한 뒤 까지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직장을 가진 후에는 이 버릇을 조금이라도 없애보고자 옷 걸어놓기를 항상 스케줄러에 써놓는다. 그리고 최대한 매일 걸어놓으려고 노력한다.

 

사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리정돈이 잘 안되고 그러다보니 일처리 또한 꼼꼼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번 주말 한 달 만에 여자친구를 만났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가웠고 모든 시간이 완벽했으면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꼼꼼하지 못했고, 너저분하고 생활력 없는 나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기분이다. 일적으로는 전문성을 갖추고 여자친구에게는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옷 걸어놓기부터 시작해 빨리 나의 약점을 고치고 싶다. 지금보다 더 깔끔하고 꼼꼼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18.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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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살아가다2018. 6. 19. 00:06

 

파란색 글씨로 투박하게 HISTORY라고 적혀있고, 오른쪽 발 두 개가 위에 그려져 있는 이 노트를 나는 2010년 여름에 샀다. 강릉 포남동 청송아파트 옆 수협 골목으로 들어가면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꽤 큰 규모의 문구완구점이 있는데 현금으로 계산하면 항상 100원에서 많게는 500원까지 깎아줬다. 이 노트를 산 날, 자전거를 타고 0.5mm HB 샤프심과 지우개를 사러가서 공책을 구경하다가 충동적으로 샀던 것 같다. 아마 그랬을 거다.

 

그때 한창 좋아하던 나와 동갑인 여자아이가 있었다. 친구들보다 한 학기 먼저 대학교에 합격해 누구보다 마음 편하고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었던 나와는 달리 그 아이는 대학입시에 정신이 없었다. 대금을 부는 아이였는데 그래서 어깨에는 항상 대금이 든 기다란 가방을 메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지 않는 그 아이가 6시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매일 내가 츄파춥스 사탕 두 개와 함께 그곳에 있었다. 버스정류장에서 그 아이의 집까지 10분가량을 함께 걸어 데려다주고 30분을 걸어 집에 돌아왔다.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그 설렘이 좋았다.

 

그래서 이 노트는 2010618, 사춘기 막바지의 감성으로 쓴 <용강동 버스정류장>이라는 글로 시작한다. 그 이후로 이 노트는 지금까지 나의 고민, 감정들을 적는 비밀 일기장이 되었다. 그렇게 자주 쓰지는 않았지만 먼 타지에서 공부하며 이방인으로서 느꼈던 외로움, 미래에 대한 불안함, 전 여자친구와 만남부터 이별까지 모두 담겨 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시작한 이후로의 고민도 함께 담겨있다.

 

아직 반도 못쓴 이 노트를 잃어버리게 되면 마음이 참 아프면서도 나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나 불안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노트를 애지중지 소중하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이 노트의 마지막 장은 대학교 4학년 당시 공부했던 언어학 수업의 노트도 있고 중간중간 일하며 급하게 적은 메모도 많다. 아무 생각 없이 마구 그린 낙서도 있고 한자를 외우며 쓴 빽빽이도 있다. 전혀 정돈되지 않은 마구 쓰는 노트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아무 부담없이 이런 글을 휘갈겨 쓸 수 있는 노트정도. 그냥 딱 이정도로 쓰는 노트인 것 같다.

 

- 2018. 6. 18. 이 노트가 나에게로 온지 8년째 되는 날을 자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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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몇 달 간 아침 615분까지 출근을 하고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야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삶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일 뿐만이 아니라 자투리 시간마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일들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공부를 하고, 뭔가를 만들고, 쓰겠다고 마음먹었던 시간들을 모두 낭비하고 있다.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것을 하는 시간은 하루에 많아봤자 9시간 정도 되는 것 같다. 8시간 자고, 먹고 싸는데 많이 줘서 1시간 주면 그렇다.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근무시간이 8시 반부터 5시 반, 점심 먹을 시간 1시간 포함해서 총 9시간이다. 그중에서도 아무리 못해도 멍 때리는 시간이 2시간쯤 된다. , 지금 나는 하루에 자투리 시간이 24시간 중에 7시간은 된다. 그런데 그 시간을 유튜브에서 소비적인 콘텐츠를 보는데 쓰고 있다. 얼마 전 부터는 퇴근을 하고 디아블로2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디아블로2를 처음 해봤다.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다른 게임은 안하고 이게임만 했다. 부모님이 컴퓨터 하는 시간을 하루 1시간으로 엄격히 제한하셨다. 그래서 부모님이 주무실 때, 기회가 될 때마다 몰래 몰래 게임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문득 굉장히 허무해졌다. 게임을 아무리 많이 하고 열심히 해도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 게임을 하지 않았다.

 

요즘 그런 느낌이 또다시 든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은데. 목표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 아이디어들이 정말 많은데. 시간을 헛되이 쓰고 있는 것 같다. 피곤해서, 스트레스 받아서라는 핑계를 뛰어 넘고 싶다. 그래서 디아블로2를 지웠다. 그래서 생각을 글로 꾸역꾸역 적어본다. 역시 아이디어와 글로 나오는 결과물은 많이 다르다. 마음에 들지 않고 더 다듬고 싶은 글이지만, 그냥 업로드 한다. 전에 이야기 했듯이 계속 글을 쓰고, 계속 만들고 계속 올려야겠다. 항상 다짐으로 끝나는 것 같다. 하는 김에 하나만 더 해보자면 비생산적인 시간들을 조금 줄여야겠다.

 

18.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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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비용

살아가다2017. 12. 12. 23:49

20171212일 오후 630. 나는 굉장히 짜증이 나 있는 상태로 막히는 강남의 한 도로에 갇혀 있었다. 4개월 전부터 새로 시작한 업무는 이제 좀 적응이 되었구나.’ 싶을 때마다 나를 엿 먹였다. 함께 일하는 주변사람들에게 나는 착한사람이라고 잘 포장을 해왔었는데, 일이 감당하기 힘들어 지니 숨기고 싶었던 나 자신이 계속 드러났다. 모든 것이 굉장히 잘못 되가는 느낌이었다.

 

문득 글을 써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문득은 아니고 항상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표현하고 그걸 남기고 싶었는데, 직접 행동으로 옮긴 적이 없었다. 스스로 변명을 해보자면 시간이 없었고, 체력도 없었다라기 보다는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점점 현실에 치이고 안주하게 된다. 발전이 없고 멍청해지고 있는 기분이다.

 

키보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지 않는 이유는 좋은 키보드가 없어서야!' 라는 변명을 스스로에게 계속 되뇌었다. 그래서 이마트에 가서 무작정 기계식 키보드를 샀다.

 

8시 쯤 키보드를 사고 집에 들어가고 있는데, 여자친구에게 회식이 끝났다고 연락이 왔다. 생각보다 일렀다. 키보드는 풀어보지도 못하고 바로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다. 점심 이후에 배속에 들어간게 아메리카노 5잔 밖에 없다는 게 생각났다. 허기졌다. 회식이 끝난 여자친구와 김밥천국에 갔다. 라볶이와 김밥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회식에서 있었던 일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이야기, 화났던 일들

 

이야기를 끝내고 집에 오니 10시였다. 문득 어두운 방바닥에 놓인 키보드를 봤다. 저 키보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의 감정은 희미해져 있었다. 컴퓨터를 키고, 키보드를 연결하고 이렇게 글을 쓴다. 두 번째 쓰는 기계식 키보드인데 느낌이 좋다. 타닥타닥. 나중에 시발비용으로 산 이 키보드 사용 후기를 써봐야겠다. 시발비용이라는 단어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참 재밌는 단어라고만 생각했다. 스트레스를 받아 지출하게 된 비용. 어쩌면 오늘 내 시발비용은 키보드 값 5만원이 아닌 저녁값 김밥천국 5천원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시간 날 때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글을 싸질러야겠다.

 

1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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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2017. 4. 4. 13:18

갑자기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감정들을 그냥 흘러보내지 말아야겠다고 꽤 오래전부터 다짐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적어놓기는 하는데, 아주 짧게 한두문장, 한문단 정도로 적어놓는 정도다. 어렸을때부터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게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길게 글을 쓰는것도 굉장히 고통스럽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손이 그 생각들을 못따라 가고, 결국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펜으로 글을 쓰지말고, 그냥 컴퓨터로 글을 쓸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안정효 작가의 글쓰기 만보에서 글은 반드시 손으로 써야 한다며, ‘한줄한줄 천천히 글을 써 나가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정성과 공을 들이도록 한다.’ 라는 구절을 읽고 난 후 글쓰기는 무조건 손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읽기에 쉬운 글이 쓰기 어렵다. 헤밍웨이가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에게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하기 힘든 것, 감히 시작도 못하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세공사가 심혈을 기울여 잘 다듬은 다이아몬드처럼 생겨난 글은 분명 값지고 의미있다. 하지만 그렇게는 내가 도저히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를 못하겠다. 생각의 배설물이라도 좋다. 완성도를 떠나 글을 계속 쓰고 계속 뭔가 만들고 계속 올려야겠다. 나중에 정말 창피해서 수정하고 싶다면, 더 좋은 표현 방법이 생각나면 다시 추가해서 올리면 된다. 말도 안 되고 정제되지 않은 글이지만 그냥 세상에 내놓아야겠다. 광대한 인터넷에 내 뻘글이 올라갈 자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정말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 놓는 나의 이 뻘짓이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

 

17.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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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탄탄걸음

물건사기

살아가다2016. 11. 7. 10:30

매달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후부터 참 많은 물건들을 샀다. 만년필 부터 컴퓨터, 카메라, 휴대전화 등 사고 싶은 물건이 계속 생각났다. 물건을 고를 때 유튜브와 블로그 리뷰들을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그 시간이 즐겁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즐거움은 결제를 하고, 물건을 받고, 실제로 사용을 하는 그 순간부터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이런 경우가 하도 많아서 물건을 사기전에 그 물건이 필요한 이유를 적어보고,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한번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해서든지 핑계를 만들어 사버린다. 솔직히 최근에 산 수많은 물건들 중 아직까지 만족하며 사용하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몇 번 사용해보다가 어디 구석에 처박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요하다기 보다는 사고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물건일수록 더욱 그랬다.

 

학교에서 영상을 공부 할 때 굉장히 기억에 남는 말이 3학년때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이 해주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다였다. 아무리 스펙이 좋고, 쓰임세가 많아도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지 않다면 그건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산 많은 것들은 그다지 살 필요가 없다. 만년필대신에 모나지 153을 쓰면 되고, 굳이 좋은 카메라를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더욱 좋은 필기감을 위해 더욱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을 위해 더욱 좋은 것들을 산다. 한동안 더 좋은 필기감이나,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 퀄리티보다 좋은만년필, ‘좋은카메라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다. 만년필로 무엇을 쓰는 것 보다 만년필을 보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으려고 했다. 정작 정말 중요한 것은 만년필이 아니라, 만년필을 이용해 쓴 글인데 말이다.

 

물건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이용해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 더 좋은 만년필, 더 좋은 물건이 아닌, 그 물건을 이용해 더욱 의미 있고, 더 좋은 일을 하고 싶다. 물건 자체보다는 그 물건을 이용해 내가 무엇을 해냈다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겠다. 물건을 포장했던 쓰레기만 남기고 싶지 않다.

 

16.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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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탄탄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