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사기

살아가다2016. 11. 7. 10:30

매달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후부터 참 많은 물건들을 샀다. 만년필 부터 컴퓨터, 카메라, 휴대전화 등 사고 싶은 물건이 계속 생각났다. 물건을 고를 때 유튜브와 블로그 리뷰들을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그 시간이 즐겁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즐거움은 결제를 하고, 물건을 받고, 실제로 사용을 하는 그 순간부터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이런 경우가 하도 많아서 물건을 사기전에 그 물건이 필요한 이유를 적어보고,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한번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해서든지 핑계를 만들어 사버린다. 솔직히 최근에 산 수많은 물건들 중 아직까지 만족하며 사용하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몇 번 사용해보다가 어디 구석에 처박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요하다기 보다는 사고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물건일수록 더욱 그랬다.

 

학교에서 영상을 공부 할 때 굉장히 기억에 남는 말이 3학년때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이 해주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다였다. 아무리 스펙이 좋고, 쓰임세가 많아도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지 않다면 그건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산 많은 것들은 그다지 살 필요가 없다. 만년필대신에 모나지 153을 쓰면 되고, 굳이 좋은 카메라를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더욱 좋은 필기감을 위해 더욱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을 위해 더욱 좋은 것들을 산다. 한동안 더 좋은 필기감이나,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 퀄리티보다 좋은만년필, ‘좋은카메라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다. 만년필로 무엇을 쓰는 것 보다 만년필을 보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으려고 했다. 정작 정말 중요한 것은 만년필이 아니라, 만년필을 이용해 쓴 글인데 말이다.

 

물건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이용해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 더 좋은 만년필, 더 좋은 물건이 아닌, 그 물건을 이용해 더욱 의미 있고, 더 좋은 일을 하고 싶다. 물건 자체보다는 그 물건을 이용해 내가 무엇을 해냈다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겠다. 물건을 포장했던 쓰레기만 남기고 싶지 않다.

 

16.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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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을 정리하다가 유효기한이 10년이 지난 필름을 찾았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필름사진을 찍어보았다.

 

필   름 : 후지칼라 수퍼리아 100 (~2006년)

카메라 : 코닥 레티나 IIIc

 

2016년 봄 강화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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