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감정들을 그냥 흘러보내지 말아야겠다고 꽤 오래전부터 다짐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적어놓기는 하는데, 아주 짧게 한두문장, 한문단 정도로 적어놓는 정도다. 어렸을때부터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게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길게 글을 쓰는것도 굉장히 고통스럽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손이 그 생각들을 못따라 가고, 결국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펜으로 글을 쓰지말고, 그냥 컴퓨터로 글을 쓸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안정효 작가의 ‘글쓰기 만보’에서 글은 반드시 손으로 써야 한다며, ‘한줄한줄 천천히 글을 써 나가면서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정성과 공을 들이도록 한다.’ 라는 구절을 읽고 난 후 글쓰기는 무조건 손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읽기에 쉬운 글이 쓰기 어렵다.” 헤밍웨이가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에게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하기 힘든 것, 감히 시작도 못하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세공사가 심혈을 기울여 잘 다듬은 다이아몬드처럼 생겨난 글은 분명 값지고 의미있다. 하지만 그렇게는 내가 도저히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를 못하겠다. 생각의 배설물이라도 좋다. 완성도를 떠나 글을 계속 쓰고 계속 뭔가 만들고 계속 올려야겠다. 나중에 정말 창피해서 수정하고 싶다면, 더 좋은 표현 방법이 생각나면 다시 추가해서 올리면 된다. 말도 안 되고 정제되지 않은 글이지만 그냥 세상에 내놓아야겠다. 광대한 인터넷에 내 뻘글이 올라갈 자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저 정말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세상에 내 놓는 나의 이 ‘뻘짓’이 지속 가능했으면 좋겠다.
17.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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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진 후부터 참 많은 물건들을 샀다. 만년필 부터 컴퓨터, 카메라, 휴대전화 등 사고 싶은 물건이 계속 생각났다. 물건을 고를 때 유튜브와 블로그 리뷰들을 찾아보고 조금이라도 더 싸게 사기 위해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그 시간이 즐겁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즐거움은 결제를 하고, 물건을 받고, 실제로 사용을 하는 그 순간부터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이런 경우가 하도 많아서 물건을 사기전에 그 물건이 필요한 이유를 적어보고, 그 물건을 사기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 큰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한번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해서든지 핑계를 만들어 사버린다. 솔직히 최근에 산 수많은 물건들 중 아직까지 만족하며 사용하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몇 번 사용해보다가 어디 구석에 처박아놓고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필요하다기 보다는 사고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물건일수록 더욱 그랬다.
학교에서 영상을 공부 할 때 굉장히 기억에 남는 말이 3학년때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이 해주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는 지금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다’ 였다. 아무리 스펙이 좋고, 쓰임세가 많아도 지금 당장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지 않다면 그건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내가 산 많은 것들은 그다지 살 필요가 없다. 만년필대신에 모나지 153을 쓰면 되고, 굳이 좋은 카메라를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더욱 좋은 필기감을 위해 더욱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을 위해 더욱 좋은 것들을 산다. 한동안 ‘더 좋은 필기감’이나, ‘만족스러운 영상과 사진 퀄리티’ 보다 ‘좋은’ 만년필, ‘좋은’ 카메라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다. 만년필로 무엇을 쓰는 것 보다 만년필을 보는 것에서 만족감을 얻으려고 했다. 정작 정말 중요한 것은 만년필이 아니라, 만년필을 이용해 쓴 글인데 말이다.
물건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이 아닌 그것을 이용해 이룰 수 있는 것들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 더 좋은 만년필, 더 좋은 물건이 아닌, 그 물건을 이용해 더욱 의미 있고, 더 좋은 일을 하고 싶다. 물건 자체보다는 그 물건을 이용해 내가 무엇을 해냈다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겠다. 물건을 포장했던 쓰레기만 남기고 싶지 않다.
16.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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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사진 - 2016년 봄, 강화읍
사무실을 정리하다가 유효기한이 10년이 지난 필름을 찾았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필름사진을 찍어보았다.
필 름 : 후지칼라 수퍼리아 100 (~2006년)
카메라 : 코닥 레티나 IIIc
2016년 봄 강화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