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6일

기억하다2025. 9. 11. 11:00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가을의 일요일이었다. 아내는 아기에게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모유 수유를 했고, 수유 시간을 종이에 꼼꼼히 기록했다. 아침 수유를 마친 아기는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곤히 잠들었다. 우리도 침대에서 조금 늦장을 부리다 배가 고파 밥을 해 먹기로 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냉동 돈가스를 꺼냈다.

 

“내가 요리할 테니 쉬고 있어.”
그렇게 말했지만, 아내는 늘 그렇듯 함께 준비하자고 했다. 카카오 스피커로 주말 재즈 플레이리스트를 틀고, 베란다와 부엌 창문을 활짝 열었다. 맞바람이 들어오며 집 안 가득 선선한 바람이 흘러들었다.

 

돈가스를 굽고 보니, 소스가 없었다. 사 오겠다고 하자 아내는 굳이 그러지 말라며 케첩이나 있는 소스를 쓰자고 했다. 그때 문득 집에서 직접 소스를 만들 수 있다는 영상이 떠올랐다.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밀가루를 넣어 루를 만든 뒤, 케첩과 굴소스를 섞었다. 소스 맛을 본 아내는 말없이 와사비를 꺼내왔다.

 

밥은 냉동 밥을 데워서, 반찬은 무김치를 먹기 좋게 잘라서, 국은 오래 전 코스트코에서 사둔 수프 가루를 타서 준비했다. 음식이 맛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날, 그 순간에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는 분명히 기억한다. 이런 날들이 오래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기는 곤히 자고 있었고, 재즈는 잔잔히 흘렀고, 바람은 선선하게 불었다. 아내가 곁에 있던 어느 가을의 일요일이었다.

 

Posted by 탄탄걸음

8월 28일, 내 딸 탄탄이의 돌잔치 날이었다. 장소는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사진은 어머니의 지인에게 부탁했고, 행사는 누나가 챙겼다. 나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스트레스만 많이 받았다. 비겁한 변명을 하자면, 7월 25일 아내의 생일, 8월 3일 내 생일, 그리고 8월 28일 딸의 생일이었다. 아내의 생일 즈음부터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고, 용량은 점점 늘어났다.


축하해야 마땅한 날임에도, 온전히 기뻐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장인, 장모, 처남을 만나는 것도 버거웠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내 가족이지만, 이제는 마주하기만 해도 마음이 아려왔다. 돌잔치 사흘 전, 처남에게 장문의 메시지가 왔다. 딸의 얼굴에서 동생 얼굴이 자꾸 겹쳐 보여 아직은 볼 자신이 없다고 했다. 오지 않겠다는 말이 서운했으면서도 이해됐다.

당일, 장인과 장모는 네 시간을 달려 기저귀 여덟 박스를 차에 싣고 왔다. 손녀에게 줄 금수저, 처남이 전해준 금팔찌, 그리고 사돈에게 전하는 금목걸이까지 챙겨왔다.


사진 촬영은 오랜만에 만난 사진작가 형이 맡아줬다. 순한 탄탄이는 다섯 번 옷을 갈아입고 다섯 군데 장소를 옮겨 다니며 사진 촬영을 했는데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잔치는 탄탄이의 일 년을 담은 사진과 영상으로 시작됐다. 화면 속에는 아내의 모습과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이어진 돌잡이에서 탄탄이는 오래 망설이다가 연필을 잡았다. 웃음과 탄탄이의 미래에 대한 기원이 쏟아졌다.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며 웃는 자리였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깊은 적막이 내려앉았다. 할아버지들은 한숨을 내쉬었고, 할머니들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 탄탄이는 기분이 좋아져 양가 어른들에게 재롱을 부렸다. “손녀가 우리를 잊지 않도록 자주 와야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장인, 장모는 서둘러 길을 나섰다. 그때 장모가 사진 속에 아내를 합성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나도 마음속으로만 품었던 생각이었는데, 장모가 대신 말해줘 고마웠다.

 

장인, 장모가 떠난 후 짐을 정리하다가 엄마가 선물받은 금목걸이 상자 속에 편지를 발견했다. 장모가 적은 글이었다. 투병 기간 동안 딸을 돌봐준 고마움이 담겨 있었다. 엄마는 그 편지를 읽다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돈의 딸이기도 하지만, 나의 며느리이기도 했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장인과 장모는 딸을 잃었고, 내 부모님은 며느리를 잃었다. 처남은 동생을, 누나는 올케를 잃었다. 그리고 나는 아내를 잃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에게는 모두에게 예쁜 손녀, 사랑스러운 조카, 소중한 딸이 생겼다. 누군가를 잃은 상처를 안은 채, 새로운 생명의 첫 생일을 함께 축복하는 사람들. 딸의 돌잔치에서 우리는 모두 축복의 자리에 앉은 ‘환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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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를 마지막으로 쓴 지 어느덧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2018년 12월 아내와 결혼했고, 세 번의 이사를 했다. 2020년 7월에는 고양이 달구를 입양했고, 작년 8월에는 너무나 예쁜 딸을 얻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딸의 100일 잔치날. 침을 맞으러 간다던 아내는 한의사의 권유로 대학병원을 찾았고, 응급실 CT 결과 ‘췌장암 의심’이라는 소견을 들었다. 결국 췌장암 간 전이, 손쓸 수 없는 말기라는 확진으로 이어졌고, 소견을 들은 지 두 달 만에 아내는 멀리 여행을 떠났다.

 

그때 이후로 모든 게 무너졌다. 아직도 이게 현실인지 모르겠다. 수면장애, 우울증으로 정신과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 죽음을 생각한 적도 많았다.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먼저 떠난 아내, 그리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딸을 생각하면 그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언제쯤 괜찮아질지, 과연 괜찮아질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 이렇게 두서없이 쓰는 글처럼, 하루하루도 두서없이 흘러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블로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공부한 것들을 정리하고, 살아가며 느낀 것들, 그리고 아내와의 추억을 여기 남겨보고 싶어졌다.

 

지금 내가 정해둔 것은 단 한 가지다. “일단 계속 살아가보기로 했다.”

살아간다는 것은 곧 무언가를 하고, 그것을 흔적으로 남기는 일이다. 나는 그 흔적을 쌓아가려 한다. 그래서 오래전의 이름 ‘지속가능한 뻘짓’을 지우고, 이곳을 ‘act of doing’’이라 부르기로 했다. 더는 허망한 뻘짓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로, 작은 발걸음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

 

언젠가 만날 아내에게 보여줄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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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중순, 변화하고 싶어서, 좋은 습관을 들이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2020년 초에 한번 더 읽고 이 책에 대한 글을 썼고, 2021년이 반 이상 지난 지금, 이 책을 또 쭉 훑어봤다. 상당히 두께가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례위주였고, 중간중간 핵심 내용 요약도 있어서 편한 마음으로 책을 쭉쭉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즉, 지속가능하게 뻘짓을 하는 행위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작가 제임스 클리어의 표현에 따르면 호스가 휘어 제대로 물줄기가 나오지 않을때 물줄기를 더욱 강하게 하는 방법은 물을 더 많이 틀어 수압을 높이는 방법과 호스를 제대로 피는 두가지의 방법이 있는데, 어떤 방법이 더 쉬운지는 너무나도 분명하다. 즉,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의지로만 밀고 나가기 보다는 이를 위한 스스템과 환경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호'는 분명하게, '열망'은 매력적이고 하기쉽게 그리고 만족스럽게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심리학의 조작적 조건 형성 이론 중 '신호ㆍ열망ㆍ반응ㆍ보상' 습관모델을 행동변화법칙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책을 읽으며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 1%의 성장은 눈에 띄지 않지만, 습관은 복리로 작용한다.

  -불행히도 변화는 느리게 일어난다.→ 낙담의 골짜기에 빠지지 말라

  - 구체적이고 실행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 목표를 높이지 말고 시스템 수준을 어렵지 않게 낮춰라

  - 정체성은 습관에서 나온다

  - 습관이 만들어지면 뇌활동은 감소한다. 습관은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

  - 행동변화는 늘 인식에서 시작된다.

  - 확인하고 외치는 것은 행위를 마로 표현함으로써 무의식적 습관을 의식적 단계로 끌어올린다.

  - 습관이 언제 시작되는지 확실하지 않다면 매주ㆍ매월ㆍ매년 첫째날에 시도해보라. 새로운 출발은 동기를 일으킨다.

  - 환경이 행동을 결정한다.

  -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보상에 대한 예측이지, 보상의 실현이 아니다.

  -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시간이 아닌 횟수다.

  - 2분 규칙 - 새로운 습관을 시작할 때는 그 일을 2분 이하로 하라 → 시작을 쉽게 하라

  - 나쁜 습관은 보상이 즉각적인 반명 결과는 나중에 발생한다. 좋은 습관은 이와 반대다. → 즉각적인 기쁨의 조각을 덧붙이자(클립전략)

  - 절대로 두번은 거르지 않는다.

  - 습관을 계속 유지하려면 즐거워야 한다.

  - 성공의 가장 큰 위협은 실패가 아니라 지루함이다. → 전문가는 스케줄을 꾸준히 따른다.

  - 정체성을 작게 유지하라 = Be flexible

  - 문제는 시스템이다. 늘 1% 더 나아지기 위해 방법을 찾아라.

 

말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 계속노력해야겠다. 일단 일주일에 한편씩 독서감상문을 올리는것부터 시작하겠다.

 

2020.1.27. 쓴글을 2021.6.16. 손봄.

Posted by 탄탄걸음

습관

살아가다2020. 1. 14. 12:00

2020년 새해에는 관성으로 사는 생활을 바꿔보려고 한다. 관성의 다른말은 타성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는데 3개월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3개월을 100일로 잡고 2020년 1월 14일 오늘부터 4월 22일까지 2가지 습관을 들여보려고 한다. 

 

첫번째는 매일 짧은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줘서 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최종적으로는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많다. 말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도 있고, 사진으로 보여줄수도, 영상으로 보여주고 들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하기의 가장 기본은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를 알고 있음에도 글을 열심히 쓰지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매일매일 글을 써서 이 블로그에 올려보련다.

 

두번째는 매일 3km 이상 달리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 젊다. 하지만 더 어렸을때에 비해 확실히 체력이 더 빨리 떨어지고 몸에 살이 붙는 것이 느껴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운동, 달리기를 매일 하려고 한다. 작년에도 가끔 매일 5km씩 달렸다. 그래도 30분 내외의 시간이 걸린다. 달리기를 하지 않을 핑계는 참 많다. 달리기는 미세먼지나 비, 눈과 같이 날씨의 영상을 많이 받는 운동이다. 다행히 직장에 러닝머신이 있다. 또한 비는 오히려 달리기를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일단 3km 이상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래도 가능하면 모든 달리기에서 5km를 뛰고싶다.

 

이외에도 일주일에 한편씩 유튜브 비디오 올리기, 일주일에 책 한권씩 읽기와 같은 습관을 가지고 싶다. 하지만 일단 매일 글쓰기와 매일 달리기 이렇게 두가지를 먼저 시작해보려고 한다. 2020년은 나에게 참 중요한 한해다. 몇년전부터 준비한 큰 목표를 잡아야 하는 한해다.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작은 습관부터 잡아가야겠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겠다.

 

20.1.1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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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간 : 19. 5. 7. ~ 10.

 

10대 초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책은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 나의 첫 교양서, 이원복 교수님의 ‘먼나라 이웃나라’였다. 편한 그림체와 직접 독자에게 이야기해주는 형식의 만화였기 때문에 수업을 듣고 있다는 거부감 없이 쉽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회, 역사 시간에 배운 내용들이 모두 이 책에서 미리 읽어본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이원복 교수님이 쓰고 그린 다른 책들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데 왜 <신의 나라 인간의 나라> 시리즈는 이렇게 늦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특히 '철학의 세계편'은 10년 전에 미리 접해서 읽어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큰 틀을 잡아놓고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면 더 쉬웠을 거다. 4년에 거쳐 철학을 공부했는데도 제대로 정리가 안됐었다. 이 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가 된 기분이다. 이 책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서 고대 그리스 부터 현대철학까지 서양철학을 부록 포함 250페이지가 조금 넘는 만화책에 담아 당연히 심도 있는 내용보다는 간단한 (그러면서도 꽤 디테일한) 내용들로 구성이 되어있다.

 

이원복 교수님의 만화책들이 편향적이고 주관적이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다. 꽤 많은 분야를 다루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사와 사회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배우며 이원복 교수님의 만화책에서 읽었던 것과는 다른것들이 많았다. 나도 이원복 교수님의 일부 주장에는 동의를 할 수 없었다. 일왕을 고유명사로 ‘덴노’라고 불러주자 등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은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한 부분이 많았다. 1997년 그린 만화로 떠나는 21세기 미래여행은 재밌었지만, 많은 예상들이 빗나갔다.

 

이 책들의 의의는 역사, 철학, 종교 등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주제들로 들어가는 진입장벽을 확 낮춰준데 있다고 생각한다. A라는 시각으로 a라는 주제에 대해 배웠더라도 나중에 다른 교육을 통해서, 다른사람과의 토론을 통해서 그 시각은 바뀔 수 있음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다양한 관점에서 전문적으로 한 주제를 배울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건 먼저 그 주제에 흥미를 가진 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먼나라 이웃나라와 신의나라 인간나라 시리즈는 꼭 읽으라고 권해볼거다. 내가 어렸을 때 이 만화들을 통해서 세계사와 사회에 대해 쉽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아이가 생겼을때는 더 좋은 교양서 혹은 콘텐츠가 나와있을 것 같다. 내 아이가 세계사, 사회, 철학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주제들에 대해 편협한 시각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부터 노력해야겠다.

Posted by 탄탄걸음

 

독서기간 : 19. 2. 11. ~ 16.

 

이책, ‘뼈 있는 아무말 대잔치’는 페이스북에서 보고 산 첫 물건이었다. 평소 좋아하던 ‘체인지 그라운드’ 페이지에 만 27세, 일을 시작한지 3년이 넘어가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짧은 글들을 올리며 이런 글들이 수록된 책이 ‘뼈 있는 아무말 대잔치’라고 광고를 하니,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머리말에서 이야기 하듯 이 책은 “너무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오랜만에 연필로 줄을 치며 책을 읽었다. 공감 가는 내용들이 많았다. 책은 나를 위로 해주기도 했고, 이러면 안된다고 꾸짖기도 했다. 이 책에는 굉장히 많은 이야기들이 실려 있지만 (무려 50개의 소주제가 있다!) 내 나름대로 건진 부분을 요약해 보자면 “조바심 내지 말고 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끊임없이 익히고 공부하자!” 정도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2년 만에 목표를 달성한 방법>이라는 이야기였다. “선택과 집중은 다른 단어이지만 그 공통분모에는 아주 대단한 단어가 숨어있다. 바로 포기다.” 무엇인가를 얻고, 무엇인가를 해내고 싶으면 먼저 차분하게 포기해야 할 것부터 적으라는 내용이었다. 2019년 새해를 시작하며 참 많은 다짐을 했다. 모두가 한 가지 목표를 위한 다짐이었다. 일을 하는 동시에 대학원을 다니며 이직 준비를 하고, 책을 쓰고 운동을 하고 영상을 만들고 글을 쓰고 그와 동시에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했었다. 이 많은 과업들 사이 어딘가에 빠져 허우적 거리던 와중에 읽은 이 내용은 나에게 한줄기의 빛과 같았다.

 

나의 꿈을 위해 그리고 약 1년 뒤 나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 자극제가 된 책이다. 참 많은 책들이 참고문헌 목록에 올라있는데, 이 책들도 한번씩 읽어볼 생각이다. 추진력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 때, 다시 한 번 이 책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소셜 미디어 마케팅에 당해(?) 산 첫 번째 책이자 물건이지만 이런 책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싶다.

 

추가 : 읽은 지 한참 됐지만, 이 독후감상문을 쓰는데 참 오래 걸렸다. 많은 감명을 받았고 큰 위로가 되어줘서 이 감정을 어떻게 글로 옮겨야 할지를 몰랐었다. 꾸준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공부해 나가겠다. 이 책의 뒷 표지에 쓰여진 돈키호테에 나온 한 구절처럼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는’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Posted by 탄탄걸음

독서기간 : 18. 12. 10. ~ 19. 1. 11.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겠다 싶어 골라들었다. 미국 원주민인 손자와 할아버지가 삶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책을 통해 함께 듣는 느낌이었다. 


할아버지 '늙은 매'의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을 울린, 요즘 나에게 필요한 말들이 참 많았다. '내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이 가득한 요즘, 한 번에 한 걸음씩, 피로에 속아 멈추지 않고 계속 가야하는 이유와 용기를 얻은 기분이다. 마지막 이야기에 나온 계단이 실제로 존재할까 싶어 찾아봤다. 그만큼 유명하지 않은 계단이던지 우와였나보다. 200페이지도 않되는 책을 참 쉬엄쉬엄 꾸역꾸역 읽었지만 읽기를 잘했다.

Posted by 탄탄걸음

독서기간 :17년 여름, 18. 9. 27. ~ 10. 3.


 

요즘 시간이 남을 때마다 유튜브 비디오를 본다.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기 보단 습관인데 대부분 보는 영상이 어떤 물건을 사서 도착했을 때 박스에서 뜯는 언박싱(Unboxing) 비디오나 물건 리뷰다. 이런 영상을 볼 때 마다 물건이 사고 싶어질 때도 있고 실제로 살 때도 있다. 점점 소유를 권장하는 사회가 되가나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속 게시물들도 3~4개 중 1개는 물건광고 같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점점 영화 THX-1138 속의 세계가 되어가는 것 같다. (‘Buy more. Buy more now. Buy more and be happy’라는 대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영화인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리뷰 할 거다.)

 

이 책은 (장 보드리야르의 말대로) 소비사회 속에서 그나마 어떻게 정신을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서인 듯하다. 저자 도미니크 로로 (Dominique Loreau)는 프랑스 출신 수필가로 각국을 돌다가 지금은 일본에서 살고 있다. 책은 심플하게 사는 방법을 여러 분야에 거쳐 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도미니크 로로는 우리 삶의 본질은 물건을 통해 구현되지 않으며 물건이 많으면 우리는 소유하기보다는 오히려 잠식당하고 만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꼭 필요한 물건만 소유하기 위해서는 물건의 본질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물건을 정의하고 확인하고 평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해야한다, ~하자 체가 대부분인데, 그렇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이 책은 물건뿐 아니라 몸과 마음가짐을 어떻게 해야 심플한 삶은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인상깊었던 문장들은 몇가지 정리해 보자면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단 한가지는 하루하루의 시간이다.', '물건을 쌓는 사람은 많지만 마음의 교양을 쌓는 사람은 드물다.', '건강은 우리가 가진 가장 귀한 재산이다.', '일상생활은 대충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생각을 버리자.',  '좋은 것이 지닌 진정한 가치,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풍요로움은 일종의 금욕 안에서만 맛볼 수 있음을 명심하자.', '음식은 배가 고플때만 먹자. 시간이 되었다고, 심심하다고, 힘들 일을 하는 사이에 피곤하다고, 스트레스 받는 일을 한 뒤에 스스로에게 을 주고 싶다고, 우울하다고, 화가 난다고, 질투가 난다고 먹지는 말라는 얘기다.', '어떤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자랑하지 말고, 그 원칙을 따르며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소유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는 사회는 가난하다.', '성공은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된 뒤에 현실로 옮겨진다.', '변화하는 것을 멈추면 우리는 죽는다.', '포기하는 것 역시 하나의 기쁨이다.'

정도가 있는 것 같다.

 

저자 도미니크 로로가 오랜 세월에 거쳐 습득한 심플한 생활방식을 이 책(과 심플하게 산다2:소식의 즐거움, 심플한 정리법)에 녹여냈어도 읽은 이가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면 모든 자기개발서가 그렇듯 말잔치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곳곳에는 원칙지침’, ‘의식(Ritual)’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다. 결국 심플하게 사는 법은 심플하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 더딘 변화의 시기를 거치고 나서야 얻게 된다는 거다. 침대부터 정리하고, 퇴근하고 옷을 잘 걸어놓는 원칙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나보다.


왜 심플하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서 도미니크 로로는 이렇게 답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너무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라디오, 텔레비전, 미디어, 유행이 우리한테 강요하는 것을 그저 받아들이며 산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한 가지는 잘 사는 것이다. 그런데 잘 살려면 수동적으로 살아 있는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살아가야한다. 열정적으로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실질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바를 모두 따라 하기는 힘들겠지만 한번쯤은 시도해 볼만하다. 바보처럼 살아가기 싫다. 깨시민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주관을 가지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살아가고 싶다. 심플한 생활 방식이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Posted by 탄탄걸음

독서기간 : 18. 9. 18. ~ 23.



페이스북을 돌아다니다가 택사스 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미 해군 제독의 졸업축사 영상을 본적이 있다. 제목은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부터 정리하라였다. 6분짜리 영상이었는데, 보통의 페이스북 포스트가 그렇듯이 보고, 공감하고, 깨끗이 잊어버리고 살았다. 주의 깊게 본 영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인생을 바꾼 그런 영상은 아니었다.

이 책, ‘침대부터 정리하라우연히 사무실 사람의 자리에서 봤다. 126페이지 밖에 되지 않는 얇은 책이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윌리엄 맥레이븐(William H. McRaven)은 학군출신 미 해군 장교로 임관하여 37년 간 복무후 전역한 예비역 해군대장이다. 이 책의 부제는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사소한 일들이다. 저자는 그 방법들을 10개의 목차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며 하루를 시작하라’,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오직 심장의 크기만이 중요하다’, ‘삶 자체가 공평하지 않다’, ‘실패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 ‘담대하게 도전하라’,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에게 맞서라’, ‘어둠을 뚫고 나아가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어라’,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저자는 참 당연하고 어디에서 들어본 이야기들을 자신의 군 생활 일화들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설탕쿠키고 또 하나는 서커스다.

 


 

설탕쿠키

미 네이비실 훈련 중 규칙을 위반하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모래밭을 뒹구는 <설탕쿠키>라는 벌칙이 존재한다. 설탕쿠키가 된 후에는 하루종일 온몸에서 모래가 지근거리는 상태로 지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벌칙이 힘든 이유는 다른것보다 어떤 주기나 이유도 없이 무차별적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젖은 몸뚱이와 모래만 남을때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잘했더라도 설탕쿠키 신세를 면치 못할때가 있다. 그렇다고 불평하지 말라. 자신의 불운을 원망하지 말라. 당당하게 일어나서 미래를 보고 계속 나아가라!”

 

서커스

미 네이비실 훈련에서 말하는 서커스는 그날 훈련에서 기준에 들지 못하는 훈련병을 대상으로 훈련이 끝난 매일 오후 실시되는 두시간짜리 맨몸운동이다. 한국 해병대에서 실시하는 과실자 훈련과 같은 개념이다. 저자는 서커스가 두려웠던 이유를 과외 훈련의 여파로 다음날까지 피로가 누적되고 결국 또다시 기준에 미달되고 또다른 서커스를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굴레에 빠진 수많은 훈련병들이 중도에 포기했다. 하지만 서커스는 포기하지 않고 버틴 저자를 더 강하고 더 빠르게 만들었고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수없이 많은 서커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실패에 따른 대가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굴복하지 않는다면, 실패를 교훈삼아 자신을 단련시킨다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을 맞이해서도 이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




최고의 자리를 내준 적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는 예비역 해군대장인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집스럽게 자신의 원칙과 신념을 지키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내 주변사람들의 모습이 겹쳤다. 고통을 견디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주변사람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그들의 고집과 때로는 답답해 보이는 모습에 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봤었던 적도 많다. 어쩌면 그런 나의 태도가 내 앞에 있는 벽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큰 요즘이고 내 기대치에 한참을 못 미치는 나의 능력과 습관에 사소한 절망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절망감은 대학교를 졸업했을때도,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고등학교 때도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이러한 절망감을 이기고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묵묵히 내 앞에 주어진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은 후부터 아침에 일어나 침대부터 정리한다. 군대 훈련생 시절을 제외하면 하지 않았던 일이다. 며칠 되지 않았지만 왜 저자가 침대부터 정리하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침대부터 정리하며 시작하는 하루는 그날 나에게 주어진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찬 날이 된다.


사람들은 위안이 도리만한 무언가를, 다시 하루를 시작한 동기를 부여해 주고 수시로 추잡한 면모를 드러내는 세상 속에서 자부심을 느낄만한 무언가를 찾는다. 그 무엇도 인간의 신념이 주는 힘과 위안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때로는 침대를 정리하는 단순한 행위 하나가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일으켜 세워주고, 하루를 제대로 끝냈다는 만족감을 선사해 줄 수 있다. 인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부터 정리하라! - 윌리엄 맥레이븐 예비역 미해군 대장

Posted by 탄탄걸음